오래전 공연장에서 처음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을 들었을 때의 당혹감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낭만주의 음악의 익숙한 선율을 기대하고 갔다가, 마치 강철 기계가 톱니바퀴를 맞물리는 듯한 건조하고도 날카로운 타건에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차가운 기계음 속에 숨겨진 뜨거운 인간적 고뇌를 발견하게 되면서, 프로코피예프는 제게 가장 매혹적인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지난 4월 16일 박진형 피아니스트와 원주시립교향악단이 함께한 무대 역시 그런 발견의 연속이었습니다. 기교 너머의 서사를 읽어내는 박진형의 시선박진형 피아니스트는 단순히 악보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프로코피예프라는 작곡가가 가진 냉소적인 시대 정신과 그 이면의 서정성을 명확하게 구분해냈습니다.사실 피아니스트 입장에서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