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이면 회계 연도가 시작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어김없이 돌아오는 교향악축제 일정을 확인하며 묘한 설렘을 느낍니다. 31가지 맛을 고르는 아이스크림 매장 앞에 선 아이처럼, 어떤 단체의 어떤 프로그램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매년 반복되는 즐거움이죠. 사실 교향악축제 특유의 틀에 박힌 구성에 조금 지루함을 느끼던 차였는데, 이번 부산시향의 프로그램은 그 정형화된 리듬을 단번에 깨뜨려 주었습니다. 쇤베르크가 그려낸 브람스의 새로운 색채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 1번을 쇤베르크가 관현악으로 편곡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호기심을 참지 못해 예당으로 향했습니다. 실내악의 응축된 에너지가 거대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은 실로 경이로웠습니다. 예습 없이 무작정 공연장을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