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음악당 지붕 위로 흐릿한 조명이 비치던 그날 밤,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평소보다 조금 더 바빴습니다. 사실 몇 년 전 교향악축제에서 기대와는 사뭇 다른 무대를 마주하고 실망했던 기억 때문에,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묘하게 긴장되더군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번 포항시립교향악단의 무대는 최근 본 교향악축제 공연 중 단연 손꼽을 만한 밀도 높은 시간이었습니다. 파가니니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노련함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은 연주자의 기교를 과시하기 쉬운 곡이지만, 임동민은 테크닉 너머의 음악적 서사를 놓치지 않는 영리함을 보여주었습니다.파가니니의 곡을 들을 때면 늘 연주자가 '자기 과시'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됩니다. 특히 화려한 1악장에서 오케스트라가 묻히거나, 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