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쇼팽의 에튀드를 연습하던 시절, 저는 그저 손가락이 악보대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믿었습니다. 매일 메트로놈을 켜놓고 120, 130, 140으로 속도를 올리며 땀을 뻘뻘 흘렸죠. 하지만 정작 녹음해서 들어본 제 연주는 기계음보다 더 차갑고 딱딱했습니다. 기술은 완벽했지만, 그 안에는 음악이 없었습니다. 클래식 음악 연주는 단순히 악보를 구현하는 작업이 아니라, 작곡가의 숨결을 현재의 내 감정으로 재창조하는 예술입니다. 악보 뒤에 숨은 작곡가의 의도를 읽는 눈정확한 테크닉은 음악을 담기 위한 필수적인 그릇입니다. 하지만 그릇이 아무리 견고해도 담긴 내용물이 없다면 청중은 공허함을 느낍니다.많은 연주자들이 스케일이나 아르페지오 같은 기본 테크닉에만 매몰되곤 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